Genetic Clones: Hello! Dolly! - kim heejo

2004-2011

Genetic Clones: Hello! Dolly!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장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개념은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원본이 없는 원본’이라는 급진적인 사유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복제(copy)의 개념을 넘어, 모방된 것이 오히려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는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열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원본과 복제를 구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져온 사유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헬로, 돌리!’ 시리즈를 바라본다면,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해 생명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대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클론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과학적 실험의 산물이 아니라, 21세기 인류가 ‘존재와 가치’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최초로 복제된 포유류인 양 돌리(코드명 ‘6LL3’)는 가수 돌리 파튼의 이름을 부여받으며 과학적 사건에서 대중문화적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공교롭게도 성경에서 집단적 본성을 상징해온 양이 최초의 복제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돌리는 과학과 종교,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아이콘이 된 셈이다.
 

과학자들이 첨단 기술로 생명을 복제했듯, 나는 미술사 속 다양한 사조와 기법을 차용해 돌리를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세잔의 구조적 시각으로는 돌리의 형태를 본질적 단위로 환원했고, 앤디 워홀의 반복적 이미지 전략으로는 복제 개념의 무한성을 드러냈다.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의 포장 개념은 돌리를 감싸며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는 은유로 기능했고, 앙드레 드랭의 강렬한 색채는 복제 생명체의 불안정성과 새로운 활력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처럼 각각의 예술사적 언어는 돌리를 또 다른 해석의 장으로 이끌며, 클론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확장시킨다.
 

나의 돌리 시리즈는 단순히 과학적 사건을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예술 모두에서 창조와 모방의 경계를 다시 묻는 작업이다. 복제가 낳은 돌리는 ‘두 번째 원본’이자, 시뮬라크르의 시대에 등장한 상징적 존재다. 나는 이를 통해 예술이 단순히 모방을 넘어서, 새로운 현실과 의미를 창조하는 힘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