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s- Shape - kim heejo

ARTIST’S NOTE | 2

Elements- Shape

2017 노트에서 발췌



형태는 생각이 감각의 밀도를 얻는 순간에 드러난다. 그것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사유가 하나의 구조로 응결되는 과정이다. 나는 형태를 단순한 외곽선이나 닮은꼴로 보지 않는다. 형태는 감각과 인식이 교차하는 자리이며, 사유가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예술의 역사 속에서 형태는 언제나 본질과 재현의 경계를 따라 움직여왔다. 플라톤에게 형태는 감각적 세계를 넘어선 이데아(Eidos)의 표상으로, 변치 않는 질서의 원형이었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에게 형태는 조화와 비례의 원리를 따르는 재현의 언어였고, 세잔에게 형태는 세계의 구조를 탐구하는 시각적 사유였다. 피카소는 입체파를 통해 현실의 형태를 분절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지각의 언어를 확장했고, 브랑쿠시는 형태를 단순화하며 본질의 순수함에 다가섰다. 몬드리안에게 형태는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정신과 구조의 균형을 탐색하는 도구였다. 이렇게 형태는 시대마다 다른 언어로 정의되었지만, 그 모든 시도의 중심에는 “존재는 어떻게 인식되고 드러나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의 형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형태는 결과이자 과정이며, 사유와 감각이 서로를 재조정하는 장이다. 선이 모여 형상을 이루는 순간에도, 그 형상은 시간과 행위 속에서 변형된다. 형태는 완결을 향하지 않는다.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스스로의 윤곽을 갱신한다. 마음속의 형태는 언제나 잠정적이며, 실제의 형태는 행위와 감각의 변주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형태는 나에게 생각이 머무는 임시의 구조이자, 다음 인식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다. 그 안에서 감각은 방향을 얻고, 사유는 균형을 찾는다. 형태는  세계와 관계 맺으며 살아 있는 구조로 존재한다. 나는 형태를 통해 나와 세계의 경계를 탐색하고, 그 경계 속에서 다시 나를 인식한다. 형태는 그렇게 세계를 이해하고 다시 쓰기 위한 나의 언어이며,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