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NOTE | 3
Elements- Form
2017 노트에서 발췌
형태는 형상이 세계 속에서 현존할 때 드러나는 외관이다. 선이 움직임의 흔적이라면, 형상은 그 흔적의 응축이며, 형태는 그것이 육체적·현상학적 차원에서 실재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나는 형태를 단순한 외피나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정신과 감각, 내면과 외부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현상적 장이다.
형상은 수많은 철학적 사유와 우주의 깊은 차원에서 떠오르는 천체들처럼, 다층적인 관점을 응축한다. 소유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유들은 선으로 시작해 형태로 발전하고, 마침내 형상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 속에서 형상은 선·형태·색이라는 다른 요소들과 긴밀히 얽히며, 서로에게 부수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예술이 개인적 사유에서 출발하듯, 내 작업에서 형태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소통을 매개한다. 그것은 파편이자 흔적이며, 동시에 평생에 걸쳐 이어질 수행적 기록으로 남는다.
형태는 언제나 시간과 상황에 의존한다. 동일한 형상이라도 시선의 각도, 빛의 조건, 감정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외관을 취한다. 따라서 형태는 완결된 실체가 아니라, 인식의 순간마다 새롭게 발생하는 현존이다. 형태는 보이는 것의 표면을 넘어, 그 표면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질문하게 한다.
내 작업에서 형태는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정신적 과정과 육체적 행위가 응집한 지점이다. 그것은 내면의 결이 외부 세계와 마찰하며 생기는 흔적이며, 동시에 세계가 나에게 응답하는 방식이다. 결국 형태는 예술이 존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현상학적 사건이며, 존재가 스스로를 비추는 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