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s- Form - kim heejo

ARTIST’S NOTE | 3

Elements- Form

2017 노트에서 발췌



조형의 역사에서 형태는 세계를 이해하고 조직하는 방식이었다. 고대의 비례 원리와 르네상스의 재현 규범, 근대의 구조적 탐구까지—형태는 각 시대가 세계를 구성하는 언어로 작동해 왔다. 카지미르 말라비치는 감각을 최소화해 구조의 본질을 드러내며 「블랙 스퀘어」를 회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제시했고, 프랭크 스텔라는 “보이는 것만이 거기에 있다”는 입장으로 회화를 개념에서 분리해 지각의 사실로 환원했다.
 
이처럼 형태는 관념과 감각, 질서와 해방 사이를 오가며 예술이 세계를 다루는 방식을 갱신해 왔다. 내게 형태는 사유의 산물이자 행위의 결과이며 동시에 인식의 과정이다. 선이 움직임의 흔적으로 방향을 제시한다면, 형상은 그 흔적이 응집해 구조를 이루는 상태이고, 형태는 그 구조가 물질적·현상학적 차원에서 현실로 드러나는 자리다. 같은 구조라도 시선의 각도, 빛의 조건, 정서의 편차에 따라 전혀 다른 표면을 보인다.
 
그러므로 형태는 단순한 외피나 완결된 실체가 아니다. 내면의 결이 외부의 물질과 맞닿으며 생겨나는 접촉면이고, 감각의 흐름이 조형적 구조로 응축되는 국면이다. 나의 작업에서 형태는 정신적 과정과 물질적 작용이 교차하는 현장으로 기능하며, 구조가 감각으로, 감각이 다시 구조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결국 형태는 예술이 존재를 드러내는 지적인 구성(organization)이자 물질의 체현(total appearance)이다. 공간 속에 남겨진 결정이면서, 조건의 변화에 따라 재배열될 준비가 된 구조로 남는다. 그 안에서 나는 사유와 행위, 물질과 의식의 경계를 재조정하며 새로운 질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