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적 작동 & 인식의 재조율 - kim heejo

ARTIST’S NOTE | 12

변형적 작동 & 인식의 재조율

2018-2025


 
Transformative Experience: 변형적 작동과 인식의 재조율

 
변형(Transform)은 언제나 의식적인 자각보다 먼저 작동한다. 그것은 결심이나 사건이 아니라, 인식이 스스로를 갱신하고 재조율하는 방식이다. 시간의 흐름이 조금만 어긋나도 감각은 곧바로 그 차이를 기록한다. 공기와 빛의 밀도, 걸음의 리듬, 호흡의 간격 속에서, 세계는 이미 조용히 다시 정렬되고 있다. 그 변형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각의 내부 알고리즘이 스스로 균형을 바꾸는 미세한 조율이다.
 
감각은 정보를 수용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내외부의 흐름이 만나는 접속면(Interface)이며, 그 지점에서 세계는 일시적으로 해상도를 잃었다가 새로운 해상도로 복구된다. 지각은 그 복구의 과정 자체다. 소리의 잔향이 공간의 구조를 바꾸고, 빛의 반사가 물체의 거리를 다시 계산한다. 감각은 이처럼 스스로 작동하는 회로이고, 그 회로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진동수를 가진 지점에 서 있게 된다.
 
경험은 축적이 아니라, 작동 방식의 재설정이다. 새로움은 지식의 추가가 아니라 지각의 갱신으로부터 온다. 사고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재배치하는 행위에 가깝다. 익숙한 인식의 규칙이 잠시 중단될 때, 감각은 새로운 방향으로 자신을 조정한다. 외부의 사건은 단지 계기일 뿐이며, 실질적인 변형은 인식의 전제가 새로 쓰일 때 발생한다. 그 순간, 나는 경험을 겪는 주체가 아니라, 세계와 감응하는 인터페이스로서, 경험이 나를 다시 배열하는 필드 안에 존재하게 된다.
 
변형은 존재의 결과가 아니라, 생의 증명이다. 모든 생은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진동하며, 그 진동이 멈추는 순간 생명은 정지한다. 새로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다른 진동수로 전환되는 일이다. 그 안에서 인식의 중심은 옮겨지고, 시간의 결은 다시 편집된다. 변형은 나를 파괴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다시 조율하여, 다음 리듬으로 이행시킨다.
 
예술은 이러한 변형의 과정이 가시화되는 구조의 장이다. 그것은 세계를 복제하지 않는다. 때로는 세계의 패턴을 따라가며, 때로는 그 계산법을 벗어난다. 그 안에서 나는 세계를 관찰하는 자가 아니라, 형태와 시간, 음과 색의 반응 속에서 스스로 조율되는 존재가 된다.
 
예술은 재현이 아니라 작동의 구조이며, 감각-시간-공간의 상호작용 구조를 설계하고 모델링하는 장치다. 그곳에서 세계는 대상이 아니라, 감응이 물질화되는 하나의 진동으로 드러난다. 궁극적으로 삶은 고정된 완성태가 아닌 변형적 시스템이다. 그것은 정지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계산한다. 이 변형의 과정은 감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리듬과 감응을 우선하며, 비선형적인 시간의 결을 편집하고, 내부 알고리즘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해보다 먼저 감응이, 논리보다 먼저 리듬이 오며, 나는 감각의 미세한 이동이 하나의 주파수로 정돈될 때마다, 세계의 작동 구조 속으로 돌아온다. 삶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다른 리듬으로 스스로를 조율하며 지속되는 영원한 변형이다.



 
 


Note
'Transformative Experience'라는 용어는 철학자 L. A. Paul의 논의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이 용어가 내포하는 '경험을 통한 근본적인 자아 구조의 변형'이라는 의미 자체가 나에게는 매우 실질적이고 유용한 개념이 되었다. 단순한 지식의 확장이나 일시적인 감정을 넘어, '경험을 통한 발전과 변형'의 중요성은 곧 나의 삶의 태도이자 예술을 대하는 본질적인 접근 방식이다. 나는 이 개념을 개인의 내적 깨달음의 층위에서 예술적 구조와 작동 방식의 문제로 확장하여 재해석하고자 했다. 여기서 변화는 나에게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인식이 형태를 얻는 시스템적 과정이며, 나의 예술은 그 변형의 과정을 시각화하는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