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인식과 예술 생성의 구조를 통합한 총체적 도식
Schemata Chart는 김희조의 작업 전반을 지배하는 사유의 구조와 예술 생성의 원리를 하나의 시각적 체계로 집약한 도식이다. 이 차트는 단순한 아이디어 맵이나 작업 노트가 아니라, 세계와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이 어떻게 예술적 언어와 형식으로 전환되는지를 단계적으로 조직한 구조도에 가깝다. 다시 말해, 삶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과 예술에 대한 조형적 실천이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차트의 좌측 영역은 존재와 우주의 근원을 사유하는 인식 구조를 보여준다. 가장 중심에는 ‘Origin’이 놓여 있고, 그 주위로 ‘Universe’, ‘Nature’, ‘Big Bang’, ‘Cosmos’, ‘Black Hole’, ‘Chaos’와 같은 개념들이 서로 얽혀 배치되어 있다. 이는 세계를 단일한 고정 질서로 보지 않고, 생성과 소멸, 질서와 혼돈, 팽창과 응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구조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영역은 단순한 세계관의 진술이 아니라, 이후 예술적 사유가 출발하는 근원적 장으로 기능한다.
이 좌측 구조를 감싸는 상위 개념으로는 ‘The Whole’과 ‘Biotic Whole (Holon)’이 제시된다. 여기서 Holon은 모든 존재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부분이라는 통합적 존재 인식을 반영한다. 개별적 존재는 독립된 단위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질서 속에 속하면서도 스스로 하나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시선은 김희조의 작업이 개별 형상이나 현상을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 속에서 존재를 파악하려는 방향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좌측 영역은 단순한 우주론적 상상력이 아니라, 세계를 구조적으로 인식하는 인지적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하단에는 ‘Time’과 ‘Space’, 그리고 Force와 Integral의 구조가 배치되어 있다. 시간과 공간은 존재를 둘러싼 물리적 조건으로만 제시되지 않고, 빛, 속도, 중력, 전달, 전자기파와 같은 요소들과 함께 힘의 장으로 연결된다. 이는 존재를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작동하고 변형되는 조건들의 결합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차트의 좌측은 형이상학적 개념과 물리적 차원이 분리되지 않은 채, 존재를 구성하는 근본 조건들을 하나의 통합된 층위로 제시한다.
중앙 상단에는 ‘MO:M’과 ‘MA-EUM’이 자리하며, 그 사이에 ‘Aphorism Man’이 위치한다. MO:M은 Spirit, Spiritual Awakening, Body, Cognitive Function으로, MA-EUM은 Qualia, Reasons, Emotions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정신, 신체, 감각, 인식, 이성, 감정이 분리된 기능이 아니라 상호 교차하는 인간 내부의 복합 구조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장치가 바로 ‘Interactive Flexible Mind Bridge’이다. 이 다리는 존재론적 사유와 예술적 실천 사이의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우주와 자아에 대한 인식이 인간 내부의 정신적·인지적 작동을 통해 예술로 이행되는 핵심 전환 구간으로 작동한다.
우측 영역은 이러한 인식 구조가 예술적 생성 원리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공간은 “Shifted Topo-logical Thinking with a Distorted Artistic Mind”라는 문장 아래 조직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로부터 포착된 에센스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위상적 전환과 왜곡, 이동, 재배치를 거쳐 새로운 예술 언어로 변환된다는 점을 암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곡이 단순한 변형이나 표현상의 특이성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적극적 인식 장치라는 점이다.
우측 내부에서는 ‘Essence’가 ‘Cause’, ‘Reasons’, ‘Behavior’, ‘Subject(What)’, ‘Content(Why)’, ‘Form(How)’와 연결되며, 예술이 단순한 직관의 산물이 아니라 질문과 구조의 체계를 통해 조직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때 작품은 무엇을 다루는가, 왜 그것을 다루는가, 어떻게 형식화하는가라는 층위로 분해되며, 이는 김희조의 작업이 감성적 분출보다는 개념적 설계와 구조적 조정 위에서 전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아래의 ‘Principles’, ‘Manifesto’, ‘Methods’, ‘Ingredients’, ‘Medium’은 예술 생성의 실제적 구성 요소들이다. Principles는 belief, rules, standards, exceptions, process를 포함하고, Manifesto는 perception, incompleteness, limitation, finitude, essence를 제시한다. Methods는 intended, subtract, admixed, interlocked, branched, extruded와 같이 조형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며, Ingredients는 line, shape, form, value, texture, color와 같은 시각 예술의 기초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어 Medium은 drawing, painting, sculpture, object, performance, media, language로 확장되는데, 이는 김희조의 작업이 특정 재료나 장르에 고정되지 않고 사고의 구조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고 확장하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 지점은 곧 Schematic Medium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표현 형식이 아니라, 사고와 형식, 개념과 재료를 함께 조직하는 생성 체계임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차트의 하단 우측에는 ‘Filter Shelves’와 ‘Variety, Balance, Harmony’가 배치된다. 이는 생성된 예술적 요소들이 곧바로 결과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걸러지고 조정되며 질서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Filter Shelves 아래에 적힌 catalytic structure, schematic system, primordial unity, synesthesia, free soul 같은 항목들은 예술적 결과가 단순한 조형적 완성이 아니라 구조, 감각, 통합성, 자유로운 정신성의 조율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Variety, Balance, Harmony’는 최종 결과가 무질서한 다원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소들이 긴장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지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Schemata Chart는 삶과 예술이 서로 병렬적으로 놓여 있는 구조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근원적 사유가 인간 내부의 인지·정신 구조를 통과해 예술의 원리와 방법, 재료와 매체, 그리고 최종적 미학 질서로 이행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 배치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도식은 개별 작품을 해설하는 보조 자료가 아니라, 작품이 생성되는 근본 논리와 작동 원리를 시각화한 메타 구조이다. 김희조의 작업은 이 차트를 통해 단순한 이미지 생산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과 인지 구조, 조형 원리와 매체 실천이 통합된 총체적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Schemata Chart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예술을 만드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하나의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선언하는 도식이다. 관람자는 이 차트를 통해 작품의 외형이나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어떤 존재론적 질문에서 출발했고, 어떤 인지적 변환과 조형적 선택을 거쳐 형성되었는지까지 함께 읽게 된다. 이 점에서 Schemata Chart는 김희조 작업의 해설도가 아니라, 그의 예술 전체를 가능하게 하는 사유의 엔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