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ments of Being - kim heejo

ARTIST’S NOTE | 0

Elements of Being

2016 노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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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과 이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가. 나는 이 질문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존재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가 교차하며 끊임없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정신은 사유와 의식을 통해 우리를 세계와 이어주고, 육체는 감각과 행위를 통해 그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예술은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정신적 존재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과 세계를 동시에 의심하며, 그 속에서 윤리와 자각을 다듬는다. 질문은 매번 다른 형태로 되돌아오지만, 그 반복이야말로 나를 구성하는 내적 결을 이룬다.
 

육체적 존재는 그 결을 시간 속에 새긴다. 호흡의 리듬, 손끝의 무게, 반복되는 행위의 편차는 모두 내가 세계에 남기는 흔적이다. 그것은 사유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시작점이다.
 

예술적 존재는 정신과 육체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드러난다. 작품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질문과 응답이 얽히며 나타나는 현존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위계나 고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때로는 배경이 전면을 차지하고, 때로는 중심이 스스로 물러선다. 주와 부는 미끄러지듯 교대하며, 그 교대 자체가 의미가 된다.
 

존재의 요소들은 언제나 변형되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끊어지지 않는다. 단절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연속이 이어지고, 흔들림 속에서도 본질은 모습을 달리하며 남는다. 예술은 바로 그 변형과 지속 사이에서 작동한다. 그것은 완결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이 스스로를 통과시키는 통로로,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술은 언제나 미완의 응답이다. 그것은 존재를 설명하지 않고, 질문의 궤적과 흔적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그 불완전한 응답 속에서, 존재의 본질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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