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 kim heejo

ARTIST’S NOTE | 8

Color

2018 노트에서 발췌



컬러는 나의 작업 안에서, 단순한 장식이 아닌 감각의 지성으로 존재한다.

컬러는 시각으로 인식되지만, 그것은 시각에 머물지 않는다. 맛을 결정짓는 양념처럼 달콤함과 짠맛, 신맛의 온도를 지니며, 기억 속에 남는 향처럼 감정의 잔향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의 보이스처럼 보이지 않는 리듬과 호흡을 전한다. 컬러는 감각들의 경계를 허물며, 모든 감각이 사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가시적인 세계에는 언제나 위계가 있다. 컬러는 때로 중심에 서서 존재를 명확히 드러내고, 때로는 시선의 뒤편에서 침묵 속에 자신을 감춘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즉 비전(vision)의 관계를 가로지르며, 인식의 층위를 흔들어 놓는다.

컬러는 강약과 정적, 높음과 낮음, 드러남과 물러남을 조율하며, 선과 형태의 음악에 음색과 리듬을 부여한다. 형태들 사이에 숨어 있던 정서의 진동은 컬러를 통해 드러나고, 사물과 사물 사이의 미세한 간극은 감정의 온도로 변한다.

컬러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흐르고, 이끈다. 감정의 잔향과 기억으로 변하기 직전의 순간을 품고 있다. 선과 형태, 그리고 색의 교차 속에서 나는 감정을 묘사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스스로 발생하도록 두려 한다. 컬러가 생각하고, 말하고, 호흡하며, 눈을 통해 세계를 다시 구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