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NOTE | 9
Vision & Perception
2018 노트에서 발췌
보는 일은 감각의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인식의 구조 속에 머문다. 눈은 단순히 세계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배열하는 하나의 원리다. 나는 세계를 ‘본다’기보다, 내 안에서 그것이 어떻게 조용히 변형되고 해석되는지를 지켜본다.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서 형태가 생겨나고, 빛은 사고의 결을 따라 번진다. 감각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사유의 전조다. 보는 일은 생각의 가장 섬세한 움직임이며, 그 과정에서 색과 형태는 사고의 구조로 변한다. 나는 감각이 사유로 전환되는 그 미묘한 경계, 감정이 질서로 번역되는 그 순간을 좇는다.
세계는 언제나 눈앞에 있지만, 내가 보는 세계는 내 안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시각은 인식의 틀 안에서 작동하며, 무엇을 본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나의 구조를 드러내는 일이다. 보는 행위는 존재가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나’의 위치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시선은 나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서로를 탐색하는 한 줄의 움직임처럼 이어진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이 완전하다고 믿지 않는다. 시각은 언제나 무언가를 놓치며, 그 놓침이 세계를 더 깊게 만든다.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다시 생각하고, 다시 본다. 보는 일은 완전한 이해가 아니라, 나와 세계가 서로에게 닿으려는 시도의 반복이다.
Vision은 감각이 사고로 변해가는 리듬이고, Perception은 그 리듬이 남긴 흔적이다. 시각은 감정과 형태,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는 궤적이며, 나는 그 궤적 위에서 세계를 다시 그린다. 보는 일은 존재를 향한 가장 조용한 사유이고, 인식은 그 사유가 남긴 조형의 호흡이다.